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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빠른 사춘기, 진화론적 종족보존 위한 현상

백병원이야기 2020. 2. 11. 15:10

[대학병원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정보]


<기고> 사춘기 빠른 우리아이(성조숙증), 두려워 할 필요없다
-빠른 사춘기, 진화론적 종족보존 위한 현상


“우리아이 초등학교 3학년인데 벌써 유방이 발달하는데 초경을 일찍하면 키가 안크니 초경을 늦춰 주세요.”
“지금은 2학년이지만 사춘기가 빨리 시작할 것 같아 미리 사춘기를 최대한 늦추고 싶어요.”
 
아이의 손을 잡고 사춘기를 늦추려고 성장클리닉을 찾는 부모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부모 세대와는 달리 사춘기를 빨리 맞는 아이들.  철부지  우리딸이 생리를 하면 어떻게 하나, 이러다 더 자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부모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우리나라 여아의 경우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4학년경 유방이 발달하면서 사춘기가 시작되고 초등학교 6학년에 초경을 한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면 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져 키가 또래보다 빨리 크는 대신 성장판의 골화가 촉진되어 성장판이 빨리 닫히므로 최종키는 자랄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의 키보다 작아 질 수도 있다. 또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아이가 너무 빠른 신체 변화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어린 나이에 성호르몬 농도가 높아 사춘기의 진입이나 진행이 지나치게 빠르고, 골연령도 많이 앞서는 '성조숙증'으로 진단이 내려지면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로 사춘기를 늦춘다.


그런데 사춘기가 빠르다고 모두 다 최종키가 작은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아동에게 사춘기 지연치료를 하게 되면 성호르몬 분비 억제효과는 좋지만 1년 동안 자라는 키는 좀 감소한다. 다만 성장판의 폐쇄를 어느 정도 지연시켜 최종키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사춘기를 무조건 늦추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야 키가 클 수 있다고 믿고, 그래야 아이가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시험날짜가 정해졌으면 남은 기간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억지로 시험날짜를 연기시켜도 그 기간동안 본인이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지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사춘기 지연제로 사춘기를 늦추는 동안 생활 속에서 키가 클 수 있는 스스로의 노력을 안 한다면 최종 키에 무슨 도움이 있으랴.


한편, 사춘기의 시작 증상이 있으면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경우도 흔히 본다. 이런 저런 음식이 모두 사춘기를 앞당길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덜 먹어 사춘기를 늦추는 것 보다는 잘 먹어 남아 있는 기간동안 키를 더 키우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Evo-devo” 생물학, 즉 진화론적 발달 생물학(evolutionary development biology)에서는 조기사춘기는 특별한 질병이 아니며, 요즈음 성성숙이 빨라지는 현상은 종족을 보존할 능력있는 기간을 확장하는 것이므로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되는 증거라고 하기도 한다.


성호르몬은 생식기관뿐 아니라, 뼈, 심혈관계, 뇌 등 다양하게 우리 몸에 작용하여 중요한 보호막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한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몇살에 사춘기의 증상이 시작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성조숙증’이 염려되는 경우 전문의의 신체진찰과 성장판검사, 성호르몬 농도검사가 필요하지만, 무분별하게 “사춘기 늦추기”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 신체가 성숙하고 어느정도 체내지방량이 축적되면 성호르몬 분비가 시작되어 서서히 성인이 되는 것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어쩔수 없이 맞이하고 겪어 나가야 할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내 아이, 이왕이면 크게 키우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언제까지나 내 아이가 철부지 어린아이에 머물기만을 고집하지 말고 신체변화를 당당하게 인정하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며, 잘못된 생활습관이 있다면 이를 교정하면서 철부지에서 벗어나도록 교육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