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人]정년인터뷰

[정년인터뷰] 일산백병원 이만재 국장

백병원이야기 2022. 8. 29. 09:02

[병원人, 정년을 맞다] 일산백병원 이만재 국장  
- ‘33년간 원무·관리부장·사무국장 역임’ 병원 행정업무 진두지휘   
- 상계백병원 · 일산백병원 개원멤버 참여 ‘초기 병원 행정 기틀 마련’ 공헌 
- 진료협력센터 구축·의료분쟁 해결 등 병원발전 헌신  

 


일산백병원에서 ‘정년(停年)’을 맞은 분들은 병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증인’이며, 백병원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주역' 중 한 분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했던가. 수십 년간 백병원에서 일했던 ‘한분한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이것이 진짜 백병원의 역사가 아닐까. 정년을 맞은 일산백병원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담는 이유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이만재 국장이 ‘정년’을 맞았다. 2022년 8월 말을 끝으로 백병원을 떠난다. 이만재 국장은 33년간 백병원에서 일했다. 그간 원무부장과 관리부장, 사무국장의 역할을 맡아 병원 행정을 진두지휘했다.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 두 병원의 개원 멤버로 참여해 병원 개원 초기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병원 행정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공헌했다. 또 33년간 다양한 의료분쟁 해결과 진료협력센터를 구축하는 등 병원 발전에 노력했다. 

이만재 국장은 백병원 역사와 병원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주역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이만재 국장에게 그간의 병원 이야기와 퇴임 소회를 들어봤다.


Q. 정년퇴임을 앞둔 지금의 소회가 어떠신가요?

백병원에서 근무한 기간이 33년입니다. 일산백병원에만 22년이네요. 세월이 참 빠릅니다. 22년 전 여름, 지하층 기초공사를 할 때부터 상계와 일산을 오가며 개원 준비를 했습니다. 지금도 증축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노병은 떠나도 일산백병원의 발전은 계속된다’란 느낌이 듭니다.

 


Q. 백병원에 언제, 어떤 계기로 입사하셨나요? 

1989년 7월 상계백병원이 개원하면서 직원을 모집할 때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보건학을 전공하면서 학군사관후보생(ROTC)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 덕분에 1984년 의무행정장교로 임관할 수 있었고, 그 후 복무기간을 3년 연장하여 5년 4개월간 야전병원과 사단의무대에서 근무했습니다. 대학 전공과 의무행정장교 경험을 살려 일하고 싶었는데, 전역하면서 때마침 개원하는 상계백병원에 지원하여 인연을 맺게 된 것입니다.

 


Q. 백병원에 입사하고 지금까지 어떤 업무들을 하셨나요? 

1989년 상계백병원에 입사하여 처음에는 원무과 의료보험 담당과 서무업무를 맡았습니다. 진료비를 청구하고 업무기준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그 후 10년이지나 개원하는 일산백병원의 원무과장으로 전보되었습니다.

개원 병원의 원무과장이 되어 상계백병원 시절처럼 주로 업무기준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5년이 지난 후 관리부장으로 전보되어 장비를 구매하고 관리(유지보수계약 등)하는 업무를 총괄하며 10년간 근무했습니다. 2012년 서울백병원 관리부장이 공석이 되어 5개월간 서울백병원에서도 근무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후 2013년 3월 일산백병원 사무국장으로 보임되어 8년 6개월간 일산백병원의 행정업무를 총괄했습니다. 세어보니 백병원에서 만 33년간 근무를 했네요.

 


Q. 그간 일하면서, 어떤 신조를 지니고 일하셨나요? 어떻게 무탈 없이 정년을 맞이할 수 있었나요? 

두 가지만 소개하자면 첫째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입니다. 둘째는, ‘모든 업무는 나의 일처럼 처리하자’라는 신조로 근무하였습니다.
 
그것은 이원로 원장님께서 일러 주신 ‘주인정신’입니다. 그 신조 덕분에 어려운 일에 부딪혀도 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었고, 비교적 후회하는 일이 적었습니다. 그 덕분에 무탈하게 정년을 맞이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Q. 일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의 개원멤버로 일했던 기억입니다.
 
1989년 7월 1일 상계백병원이 개원하는 날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민간병원에 근무한 경험이나 의료보험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의료보험업무를 맡아 단 1개월도 진료비 청구가 지체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10년 후 1999년 12월 10일 일산백병원이 개원할 때 원무과장을 맡아 다음 달 1월부터 ‘의약분업’ 첫해를 맞이하면서도 진료비 청구가 전혀 지체되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정년퇴직을 하게 되니 함께 노력했던 그분들이 더욱 생각납니다.

 


두 번째는 33년간 근무하는 동안 많은 의료분쟁 해결을 위해 앞장섰던 일들이 기억납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의료분쟁이 제법 많았고 수습하기 버거울 만큼 힘들었던 분쟁들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분쟁들이 잘 해결될 때마다 보람을 느꼈습니다.
 
세 번째는 상계백병원의 진료의뢰회송센터(지금의 진료협력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입니다. 서울 여러 대학병원을 벤치마킹하고 병원 소개책자와 진료의뢰서 서식을 만들어 5개 구(노원, 도봉, 강북, 중랑, 동대문) 병·의원을 돌며 홍보하였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일산백병원에서도 이어져, 2014년도에 파주 운정지역과 김포한강신도시 지역에 있는 병·의원을 빠짐없이 방문하며 우리병원을 홍보한 것이 기억납니다.

네 번째는 방사선종양학과의 선형가속기를 도입하던 일입니다. 그때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 직후라서 은행 대출금리가 9%를 넘었습니다. 초도 견적가 450만 불(약 60억)짜리 견적서를 받았습니다. 비용절감을 하기 위해 장비회사(HDX)대표를 3번이나 찾아가서 장비가격을 낮춰 달라고 간청하였고, 결국 295만 불로 매입(공동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삼고초려를 했던 노력이 보람으로 남습니다.

 


Q. 일산백병원에 처음 오셨을 때 상황은 어떠했나요?

일산백병원은 IMF 외환위기를 힘겹게 극복하면서 1999년 12월 10일 진료개시를 하였습니다. 그 시기에는 대출금리가 매우 높아서 건축비용이 몹시 부담스러웠지요. 그래서 하루빨리 진료를 시작하고 진료비 청구를 단 하루도 늦출 수 없는 힘겨운 상황이었습니다.

1년이나 먼저 공사를 시작한 공단 일산병원이나 국립암센터보다 우리가 먼저 개원하였으니, 그때 재단이나 개원추진본부 그리고 개원멤버들의 노력은 대단하였습니다.

또한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Y2K)가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기억도 납니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21세기를 맞이할 수 있었지요.

직원들이 수납창구용 PC 도난을 막기 위해 한겨울에 밤새워 지켰던 일들도 생각나고, 원무업무 경력자가 부족하여 보건대학 졸업예정자들을 선발하여 2개월간 매일 시험을 치르며 오픈준비를 했던 일도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과 일산을 오가며 오픈준비를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으니 1년 동안 거의 매일 밤 11시에 귀가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개원 초기에 다들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대부분의 부서장들이 서울·상계, 부산지역에서 열정과 지식이 풍부한 차석들이 오셔서 비교적 빠르게 병원이 안정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일산백병원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선 앞으로 어떤 게 더 개선돼야 하나요?

일산백병원은 주변에 있는 종합병원들 보다 좁은 공간과 부족한 재정을 극복하고 지난 23년간 2차례나 증축을 하였습니다. 지금 3번째 증축을 하고 있으니 정말 놀라운 발전을 했다고 봅니다.

그런 일산백병원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기 서·북부지역에서 1등 병원이 목표이고, 그런 비전을 달성하려면 의료서비스 질과 진료환경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10년 후쯤 운정지역에 들어설 예정인 아주대학교 파주병원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 불편한 이미지를 털어내고, 지역주민들로부터 1등 병원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꾸준하게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바람직한 직장문화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지역 내 1등 병원이 목표라면 내부고객 만족도도 그에 걸맞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일산백병원 가족 모두가 진정한 1등 병원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시너지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퇴직하고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정년을 마쳤으니 당분간은 운동과 여행을 하면서 인생 2막에 적당한 직업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해보고 싶었던 취미에 더 관심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그러다가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병원 행정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잘될지는 모르겠습니다. 

Q. 일산백병원을 떠나면서 백병원 가족들에게 남기실 말씀은?

떠나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일산백병원이 계속 발전하여 지역주민 모두가 인정하는 지역 최고의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시절 20년 넘도록 동고동락했던 후배들이 멋진 직장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 정말 흐뭇할 것 같습니다. 아마 퇴직하신 선배님들도 모두 같은 심정일 겁니다.

저는 33년간 백병원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무사히 정년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서진수 원장님과 이성순 원장님 그리고 환자들을 성심껏 진료해 주신 교수님들, 병원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협조했던 모든 교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개원하면서부터 동고동락한 원무부 직원들과 10년 동안 함께 한 관리부 직원들, 그리고 저의 부족함을 많이 이해해 주시고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부서장님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글(정리),사진: 일산백병원 홍보실 송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