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한국 직장인 10명 중 7명, 우울증 진단받고 계속 근무 / 해운대백병원 삼성서울병원 공동연구팀

몸 아픈데 회사 출근···개인·회사 모두 ‘손해’
-한국 직장, '프레젠티즘<몸 아픈데 출근, 직무 효율성 저하>' 심각
-한국 직장인 10명 중 7명, 우울증 진단받고 계속 근무
-병가일 수 평균 9.8일, 유럽·브라질에 비해 현저히 낮아
-우울증 직장인, 집중력 저하·의사결정 장애로 심각한 '생산성 저하' 초래
-회사 내 조기 진단 치료 시스템 마련해야

 

한 대학병원의 연구결과 한국의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우울증을 진단받고도 회사에 계속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은 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상인 '프레젠티즘(presenteeism)'이 심각한 상황이다.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영훈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가 16~64세 한국 직장인 1,000명을 분석한 결과 7.4%(74명)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69%(51명)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도 계속 회사에 다녔다.

 

그나마 병가나 결근을 한(병가 사용률) 31%(23명) 중, 직장에서 낙인이나 차별이 두려워 34.7%(8명)가 자신의 질병을 고용주나 직장 동료에게 알리지 않고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우울증 환자의 병가사용률은 한국이 31%로 유럽(51%)이나 브라질(33%)보다 낮았다. 병가일 수도 한국이 평균 9.8일로 유럽의 35.9일, 브라질의 65.7일 비해 현저하게 짧았다.

 

결근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고 앱센티즘(absenteeism) 이로 인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계속 출근하려 하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는 오히려 출근해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는 프레젠티즘(presenteeism)이 비용 면에서는 2~3배 더 크다.

 

결국, 개인과 회사 모두 손해다.

 

실제 이번 연구결과 우울증을 진단을 받고도 계속 일을 하는 직장인 중 상당수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인지기능의 장애를 보였다. 이 중 57.4%가 집중력의 저하를 보였고, 27.8%는 계획성 있게 업무를 추진하지 못했다. 25.9%는 의사결정능력에 장애를 보였고, 13%는 건망증 증상을 보였다.

 

국내 한 연구에 의하면 직장인의 경우 우울증으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은 총 급여액의 2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운대백병원 김영훈 교수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직장인의 경우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으로 인해 단순한 업무 처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장 내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머뭇거리거나 실수할 가능성도 커져 결과적으로는 회사는 물론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와 회사가 힘을 합쳐 직장인 우울증 조기 진단 및 치료 시스템을 마련하고, 회사는 관리자는 물론 직원들에게 평상시 우울증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들은 71.6%(중복답변 허용)가 직장 내 우울증 상담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직원 대상 우울증 교육 30.4%, 직원 보호를 위한 정부정책 29.3%, 관리자인 직속상관에 대한 교육 12.6% 순으로 우울증 진단 프로그램 필요성을 꼽았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는 "무엇보다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직무수행이 힘들면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내거나 결근을 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회사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우울증 치료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정신의학 최근호 게재됐다.

글,사진: 홍보팀 송낙중 (학교법인 인제학원 경영기획국, 인제대학교 백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