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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학교법인 인제학원(인제대학교·백병원) 전 이사장 백낙환 박사 타계

백병원이야기 2019. 1. 2. 18:05

“한국 의료계의 큰 별 지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인제대학교·백병원) 전 이사장 백낙환 박사 타계

 

 

 

올겨울들어 가장 추운 12월 7일 금요일 새벽, 한국 의료계의 큰 별이 졌다. 

 

인제대학교·백병원 전 이사장 인당(仁堂) 백낙환(白樂晥) 박사가 올해 나이 92세로 서울백병원에서 타계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했다. 그의 타계 소식은 전국 언론에 보도되며 각계각층에서 애도와 조문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도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유족인 박숙란 여사와 아들 백계형, 도형(숭실대 철학과 교수), 딸 백수경, 진경(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 며느리 엄인경, 김혜경(인제대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 사위 전병철(인제대 나노공학부 교수) 씨와 손주들이 4일간 조문객을 맞았다.

 

12월 10일 발인아침, 장례예배에는 200여 명의 추모객이 모였다. 안동교회 황영태 목사의 인도로 이효종 장로, 유경재 원로목사, 이본 장로가 그의 명복(冥福)을 빌었다.

 

장지인 천안공원묘지로 출발에 앞서, 고인이 평생 몸담았던 서울백병원에 들러 노제(路祭)를 지냈다. 서울백병원 전 직원이 나와 백낙환 전 이사장에게 마지막 인사와 함께 그의 생에 경의를 표했다. 

 

장지에 참석한 150여 명의 하관예배를 끝으로 장례를 마쳤다.

 

 

백낙환 박사의 인생은 한마디로 '파란만장' 하다.

 

1926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5달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1939년 서울로 유학해 큰아버지인 백인제 박사의 보살핌을 받았다. 백인제 박사는 백병원 창립자이며 당대 최고의 외과 의사로, 그는 백인제 박사의 뜻에 따라 경성제국대학 예과(서울대 의대 전신)에 진학해 외과 의사의 길을 걸었다.

 

6·25 전쟁 중 백인제 박사와 아버지 백붕제 변호사가 납북되자 유산처럼 남겨진 백병원 재건을 위해 고인은 1961년 백병원 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백낙환 박사는 의사와 원무과장, 총무부장으로 1인 3역을 맡아 쇠락의 길을 걷던 병원을 살리고, 병원 재건에 성공했다.

 

1972년 서울백병원을 재건축해 현대식 종합병원으로 만들었다. 병원 형편이 좋아지면서 1979년 부산백병원, 1989년 상계백병원, 1999년 일산백병원, 2010년에 해운대백병원을 차례로 개원하는데 그가 중심에 있었다. 현재 전국 5개 백병원에서 3500여 병상, 연 450여만 명을 진료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했다.

 

백낙환 박사는 경영자뿐만 아니라 당대 외과 의사로도 이름을 떨쳤다. 우리나라 최초로 소아 선천성 거대결장에 대한 ‘스완슨 수술법’, ‘골반내장전적출술’을 시행하는 등 의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또 1984년 대한병원협회 회장(22~23대), 대한외과학회 회장(37대), 한국병원경영학회 초대 회장, 대한소화기병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의료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백낙환 박사는 교육자이기도 했다. 그는 1979년 큰아버지 이름을 딴 인제의과대학을 세워 의료뿐만 아니라 교육 발전에도 앞장섰다. 백병원의 '인술제세(仁術濟世·인술로 세상을 구한다)' 정신에 '인덕제세(仁德濟世·어짊과 덕으로 세상을 구한다)'를 더해 창립 이념으로 삼았다. 80명 정원 의과대학으로 출발한 인제대학은 1989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해 현재는 1만 4천여 명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을 위해 개인재산을 털어 1989년 '인당장학회'를 설립,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고교생과 대학생 2400여 명에게 30억 원 넘는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은 인제대 총장 시절, 1996년 5월 낙동강 하구언 을숙도 광장에서 '인제대학교 환경의 날'을 선포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인제대학교 선언'을 공표했다. 낙동강 살리기 환경정화 운동, 잔반 제로(zero)화 운동, 산림녹화사업 운동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2009년 제15회 한·일 국제환경상'을 수상했다.

 

또한, 고인은 통일을 염원했다.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1981~87년), 남북정상회담 방북 수행단원을 지냈다. 북한 결핵어린이 돕기, 북한수액공장건립 지원, 개성공단 내 응급의료시설 운영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민족 선각자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고자 제2대 서재필선생 기념사업회 회장, 성산 장기려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거쳐 2008년 도산 안창호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복십자후원회 및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대표를 맡았다. 민족정신 함양에 공헌한 공로로 1983년 국민훈장 목련장, 200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2010년 보훈문화상과 제14회 부산흥사단 존경받는 인물상 등을 받았다.

 

백낙환 박사는 1979년부터 1998년까지 백중앙의료원 의료원장,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인제대학교 총장, 2000년부터 2014년까지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장을 역임하며 인제대학교와 백병원이 오늘에 있기까지 평생을 교육, 의료, 사회봉사에 헌신했다.

 

그의 생애에 경의(敬意)를 표한다.

 

글,사진: 홍보팀 송낙중 (학교법인 인제학원, 인제대학교 백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