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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증 전문의’가 경험한 ‘허리 통증 극복기’

백병원이야기 2020. 3. 4. 10:46

[기고] ‘통증 전문의’가 경험한 ‘허리 통증 극복기’
-통증 치료, 왕도는 없어 ‘정확한 진단·적절한 치료·꾸준한 운동’ 필요
-척추와 골반 감싸는 ‘중심 근육’ 키우고 ‘바른 자세’ 가져야! 

글: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혜란 교수



통증 전문의인 나에게 허리통증이 생겼다. 통증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서 환자로 한순간에 바뀐 것이다.


평생 허리 통증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 80~90%다. 이 통계수치를 강의 때마다 얘기하고 다녔지만, 정작 나에게 허리통증이 생긴 것은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특별히 허리에 충격이 간 일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다 보니 한 달 넘게 통증이 지속했다. 단순 근육통이 아니란 생각에 다른 선생님과 상의해 X선 검사와 MRI 검사를 받았다.

만약 이때 단순 근육통으로 생각해 척추 상황을 점검하지 않은 채로 진통제만 복용하였다면 나중에 상태가 더 나빠졌을 것이다.


검사 결과 통증이 있는 부위에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통증은 심했지만, 수술할 만큼 마비가 온 것은 아니라서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보기로 했다.


보존적 치료는 보조기 착용, 약물치료, 물리치료, 척추신경치료, 재활운동 등 수술 이외의 다른 치료 방법을 말한다. 요즘은 비수술적 치료라는 말도 같이 쓴다.


2~3주 정도 일상생활을 위해 소염진통제 등의 약을 먹었다. 물리치료도 받고, 장시간 이동해야 할 때는 허리를 고정하는 보조기도 착용했다.


신경염증을 가라앉게 하는 신경 주사 치료를 받을 때는 영락없이 환자만큼 긴장했다. 내가 매일 하는 주사 치료인데도 별수 없다.


허리 통증 탈출을 위해서 가장 노력한 부분은 바로 운동이다. 많은 환자가 척추와 골반을 감싸고 있는 중심 근육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고 있다.  이 근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계속 통증을 달고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척추 뼈마디의 관절이 두꺼워지고, 디스크가 납작해지는 퇴행성 변화가 생기더라도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이 갑옷처럼 튼튼하게 지지해 준다면 별다른 통증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바른 자세와 운동을 강조했지만, 정작 나도 허리 통증 발생 전까지 실천하지 못했다. 통증이 생기고, 영상 검사로 허리 속 상태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을 바로 잡게 된 것이다.


의자에 삐딱하게 앉는 습관이나 다리 꼬는 버릇, 엎드려서 책 보는 것 등 평소에 자주 하던 일들을 그만두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일들이니 말이다.


의외로 통증이 좋아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 만성 통증 환자가 되어서 활동적인 일은 못 하고 살겠구나”, “지금보다 증상이 더 악화하면 어쩌나”, “좋아지지 않으면 결국 수술을 하게 될까?” 몸도 아픈데 이런 생각을 계속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한 기분이 지속했다. 아마 많은 환자분이 나와 같이 몸이 아파서 마음도 우울해지는 이런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허리 통증은 그냥 쉬기만 해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통증이 심해 여러 병원을 수소문해서 다녔지만 계속 아프다는 분도 있다. 아픈 분이 많으니 대중매체나 주변에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운동을 해라” “어떤 치료를 받아라” “수술이나 시술을 해야 한다” “절대 수술하면 안 된다” 등등 한 번쯤 이런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통증 전문의인 나도 이번에 환자 경험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통증을 치료하는 데는 왕도가 없다. 통증이 시작되면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척추 골절이나 척추 감염증(농양), 암의 전이 등도 허리 통증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통해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오랫동안 신경이 눌려 있어 나중에 병원에서 감압수술을 했지만 저린 증상이 남거나 팔/다리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기에 적절히 치료할 것을 권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작업환경, 자주 취하는 자세나 습관, 척추의 균형 등 통증을 일으키는 범인을 추리해 보고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한다.


척추와 골반을 감싸는 중심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꼭 해야 한다. 다리를 움직이는 운동이 좋다. 초기에는 가벼운 산책, 러닝머신, 물속에서 걷기, 수영(발차기), 등을 기대는 실내자전거 중에서 본인이 매일 할 수 있는 것으로 30분 이상 한다. 또 허리 근육, 엉덩이 근육의 힘을 키우고 유연하게 만드는 몇 가지 체조를 배우고 익혀서 평생 꾸준히 단련하겠다고 마음을 먹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확한 진단·적절한 치료·꾸준한 운동’이 통증 전문의가 환자로서 경험한 나의 허리 통증 극복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