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뿐만아니라 이태석 신부님의 희생정신까지 배우고 가려합니다."
남수단 연수생 '사비노'의 친구가 되어준 인제대학교 백병원
-남수단 첫 의료연수생, 말왈 사비노 씨
검은 피부여서 그럴까? 일산백병원 응급센터에는 유난히 하얗고 큰 눈동자를 가진 의사한명이 분주히 환자를 살핀다.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故 이태석 신부가 의사로서, 성직자로서, 건축가로서, 음악가로서 전쟁의 아픔까지 치유하려고 했던 곳 바로 남수단에서 온 연수생 말왈 사비노(남, 31)씨이다.
말왈 사비노씨는 남수단 Wau teaching hospital에서 일하고 있는 일반의로서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이종욱 펠로우쉽 프로그램에 추천되어 지난 6월부터 인제대학교 백병원에서 선진의료기술을 전수 받게 됐다. 또한 사비노씨와 함께 남수단에서 온 마이크(남,35)와 엔젤(여, 33)은 각각 서울백병원 외과와 상계백병원 산부인과에서 교육을 받게 됐다.
한국에서 의료연수를 받게된 남수단 연수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연수를 받게 된 곳은 다름아닌 인제대학교 백병원. 故 이태석 신부의 모교이자 한국전쟁당시 황폐해진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바로 대한민국이다.
말왈 사비노씨는 4남매 중 장남으로 부모님이 공무원인 탓에 의대공부를 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경찰 친구분들도 한몫 거들었다. 의대를 다니면서 수단의 현실을 개탄했다. 인구 천만명에 의사는 단 500명. 재대로된 의료검사장비와 치료장비도 없다. 응급의료시스템은 말할것도 없이 전무했다.
수단은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 모습과 비슷하다. 50년간 내전으로 인해 30만명의 희생자와 270만명의 난민을 남긴채 수단은 남북으로 갈라졌다. 몇일을 걸어서야 병원에 도착할수 있었다. 판자촌에는 회충과 벼룩이 득실했다. 전염병도 문제였다. 눈망울이 또렸한 어린아이들은 병원 문턱도 들어가기 전에 어디론가 실려갔다. '한센병', '말라리아', '결핵' 으로 영아와 아동 사망률은 아프리카 국가중에서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남수단의 현실 때문일까? 사비노씨는 "남수단에 맞는 안전신고센터(119), 응급의료정보센터(1339)와 같은 응급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느낀다."며 "한국과 같은 응급환자에 대한 메뉴얼과 응급전용수술실, 협진체계 등도 수단에 도입하고 싶다."며 한국의료시스템을 꼼꼼히 메모했다.
그런그가 6월 부터 연수 받고 있는 일산백병원 응급의료센터는 남수단에서 꿈꿔오던 의료시스템들을 직접 체험할수 있는 무대처럼 느껴졌다. 사비노씨는 "한국에 처음 입국할 당시 화려한 건물들과 평화로운 모습들도 부러웠지만 지낼수록 한국의 의료기술과 보건시스템도 놀라울 만큼 발전돼있는걸 느낀다."며 "한국전쟁의 아픔을 이겨낸 대한민국의 발전만큼 남수단도 하루 빨리 선진의료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김경환 교수는 "사비노씨는 환자상태에 대한 토론과 치료계획, 컨퍼런스 발표에도 적극 참여하는 노력파"라며 "궁금한 의료지식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리스트를 만들어와 응급의학과 스텝들이랑 수시로 토론을 한다."고 밝혔다.
사비노씨는 내년 1월까지 8개월간 연수를 통해 회진과 외래진료 참관뿐만 아니라 수술실과 검사실, 컨퍼런스 등 일산백병원 전공의와 동거동락을 하게 된다. 더불어 한국의 모자보건정책, 의료보험, 결핵 역학관리, 전염병관리 등 전반적인 보건정책에 대한 강의와 함께 정기적인 한국어 교육 및 한국문화탐방 기회도 주어졌다.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김훈 교수는 "사비노씨는 응급의학과 뿐만 아니라 외상외과, 영상의학과, 내과중환자실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연수를 계획 중에 있다"며 "응급의학과 밤샘 당직 근무도 마다하지 않은 열혈 의사"라고 칭찬했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을 딛고 보건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꼽을수 있다. 특히 WHO는 한국전쟁당시 보건의료 분야의 인재양성을 위해 많은 의료인들에게 장학금지원과 선진국의 연수기회를 제공했듯 이제 우리도 어렵고 힘든 나라를 위해 베풀어야 할 날이 왔다.
인제대학교 백병원이 진행하는 남수단 의료인력 연수프로그램은 그 노력의 작은 시작이 아닐까?
글: 백병원 홍보실 송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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