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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정보] 안면경련 · 안면마비 원인과 치료법

백병원이야기 2020. 9. 7. 09:50

[대학병원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정보] 안면경련 · 안면마비 원인과 치료법

 

글: 황용순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신경외과

살다보면 한쪽이나 양쪽의 눈까풀이 떨리는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의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바르르 떨리다가 저절로 없어진다. 그런데 한쪽 눈 주위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하여 눈을 깜빡이거나 눈이 찌그러지는 듯한 모양이 반복되고, 강도와 횟수가 증가하면서 점차 아래쪽으로 번져 내려가서 같은 쪽의 입 주위 근육도 씰룩거리게 되고, 전체적으로 볼 때 한쪽 얼굴 전체가 씰룩거리면서 찌그러지는 듯한 증상이 지속되는 병(病)이 있다. 이런 경련(痙攣)이 없을 때는 정상적인 얼굴 모양이지만 앞에서 말한 모양의 경련이 수시로 반복되며, 특히 긴장하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를 ‘편측안면경련’이라 한다. ‘한쪽 얼굴에만 경련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대개 중년 이후의 나이에서 잘 생기고, 남자보다 여자에서 약간 더 잘 생긴다. 위에 말한 형태의 증상은 진행이 매우 느린 편으로, 신경외과를 찾아오는 환자의 경우 대부분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경과한 상태이고, 대부분 한방을 포함하여 여기저기 치료를 받은 병력을 가지고 있다. 

이 질환의 원인은 후두부 안쪽에 있는 뇌간에서 나오는 안면신경의 뿌리부분에 주위의 혈관(주로 동맥)이 접근하여 신경뿌리를 압박하는 것이다. 원래는 신경과 떨어져 있던 혈관이 나이가 들면서 굴곡의 변화를 겪으면서 위치가 움직여져서 신경뿌리 부위로 가까워지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안면신경은 좌우 얼굴에 한 가닥씩 나와서 우리 얼굴의 표정을 관리한다. 즉 우리가 웃고, 울고, 화내고, 기뻐하고 할 때의 모든 표정변화를 나타내는 얼굴 근육의 수축을 담당한다. 이 신경이 마비되면 한쪽 얼굴의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 마비된 쪽의 눈을 감지 못하고, 입이 처져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웃거나 말할 때 반대편으로 입이 돌아가며, 이마의 주름도 사라진다. 

안면경련은 이런 마비와는 반대로 안면의 표정근육들이 과도한 작용을 함으로써 나타나는 기능적 질환이다. 심장박동에 따른 동맥의 박동이 뇌간의 안면신경 뿌리를 장기간 압박하면 신경기능에 변화가 와서 과도하게 안면근육이 수축하는 증상이 반복되는데 이것이 겉으로 보기에 안면표정근육의 경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혼자서 조용히 있을 때는 마음이 안정되고 혈압이 떨어지니까 증상이 안 나타나거나 약해지고, 사람을 대하면서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이 올라가면서 혈관박동이 강해지고 따라서 안면신경 뿌리를 더 강하게 압박하므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얼굴의 변형이 수치스러워 대인관계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더 긴장하게 되므로 혈압이 더 올라가고, 그래서 증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하는 악순환이 있을 수 있다. 한창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에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환자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데, 상대방이 나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괜한 오해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단계부터 아예 대인기피증상(對人忌避症狀)까지 생기는 경우까지 있다. 

 

이 질환의 치료방법은 오직 두가지 밖에 없다. 

첫째가 보톡스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아서 경련하는 근육을 일정기간 동안 마비시켜서 잠잠하게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3개월 내외로 짧아서 효과를 지속하려면 주사를 반복해서 맞아야 하고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 동안 경련은 없지만 그쪽 안면이 어느 정도 마비된 상태이므로 나름대로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 

둘째는 미세혈관감압술이라는 뇌수술을 통하여 뇌간 부위의 안면신경 뿌리와 그것을 압박하는 혈관을 서로 떨어뜨리고 그 사이에 완충재를 끼워 넣어 더 이상 혈관이 신경을 누르지 못하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 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하므로 과거에는 나이가 많은 환자에게는 부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술 및 마취기술이 발달하여 고령의 환자에게도 수술을 많이 하고 있다. 수술로써 완치할 수 있는 확률은 85~92%로 알려져 있고, 뇌수술인 만큼 어느 정도의 합병증이나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개는 잘 회복이 된다. 

현재까지 이 두방법 외에는 어떤 치료법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톡스 치료는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환자들이 임시방편으로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뇌수술은 수술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받을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영구히 이 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안면경련을 방치한다고 해서 다른 병으로 발전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이 병을 가진 사람 중 드물게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생활하는 성격을 가진 경우도 있으므로 각자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빠르게는 30~40대에 증상이 시작하는 환자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물론이고 근래에는 60~70대에도 건강한 환자들이 많으므로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고 완치하여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를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