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인터뷰] ‘궤양성 대장염 · 크론병’ 치료 전문의,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김남훈 교수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현대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난치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만여 명이 병원을 찾았다. 전 세계적으로 500만 명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명확한 발생 원인도 모르고 악화되는 원인도 뚜렷하지 않다. 수시로 찾아오는 복통과 설사, 배변의 긴박감은 환자들의 삶을 무너뜨린다.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할 젊은 환자들에게 발병률이 높아 더 문제다. 하지만 고혈압과 당뇨와 같이 만성질환으로 생각하고 관리만 잘 한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김남훈 교수는 “아직 완치되는 치료약은 없으나, 증상을 안정시키는 항염증약물로 관리할 수 있다”며 “복통이나 설사, 혈변이 2주 이상 반복되면 염증성 장질환 전문의를 찾아가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훈 교수는 15년간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치료해 오고 있는 ‘대장’ 분야 전문의다. 전공의 시절 ‘궤양성 대장염’으로 고생하는 여러 젊은 환자의 고충을 접하고 이 질환에 관심을 가졌다. 전임의 3년차 시절 일본 연수를 계획하던 중 문영수 교수(전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와의 인연으로 2005년 9월 일산백병원에 부임했다. 당시 일산백병원에서는 대장질환 환자는 늘고 있었지만, 대장치료 전문의가 없어 인재를 구하던 시기다.
김남훈 교수는 경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연구학회 학술위원, 대한내시경학회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에서 1년 반 동안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장투과성 이상에 대한 원인 기전 연구를 위해 미국연수를 다녀왔다.
2주 이상 복통·설사·혈변 반복되면, 소화기내과 전문의 찾아야
첫 진단이 중요! 내시경·혈액검사·염증부위·치료반응 등 종합적으로 판단 필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항체가 세포나 조직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킨다. 두 질환은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이 발생하고, 장의 가장 윗부분인 점막층에만 얇게 생긴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크론병은 주로 소장과 회맹판 입구에서 많이 발생하고 점막 깊은 부위인 근육층이나 장막층까지 분포하기 때문에 협착이나 천공이 잘 생긴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모르지만, 유전적 요인과 장내세균총의 변화, 환경적 요인, 면역계의 부적절한 반응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늦게 발견하면 소장이 좁아지는 협착이나 천공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심한 복통이 반복되거나 ▲설사·혈변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체중이 5kg 이상 감소하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완치되는 치료약은 없다.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활성도를 조절하는 약물로 관리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임상적 검사에서도 질환의 활성도가 없으면 ‘관해’라고 하는데, 이 ‘관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김남훈 교수는 질환을 치료하는데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성 장염이나 다른 원인으로 장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으로 섣불리 진단하고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남훈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내시경검사와 조직검사로 대부분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크론병은 임상양상,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 영상의학적 검사, 혈액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해야 한다”며 “환자마다 부위와 범위, 치료반응도 다르기 때문에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합리적인 진단과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남훈 교수, “의사·환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 질병을 이해시키고 치료법 납득시켜야”
김남훈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15년간 진료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장이 유착되거나 ▲내시경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소장말단이 좁아져 있는 환자 ▲항문누공이 반복되거나 ▲복합누공의 합병증이 있는 크론병 환자 등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도 최선을 다해 치료한다. 또 환자들의 빠른 진단과 치료, 증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증상이 심해 갑자기 찾아온 환자들을 위해 외래를 연장하거나 주말이나 야간에 응급실로 온 환자들도 꼼꼼히 챙긴다.
그런 입소문으로 일산은 물론 김포, 강화, 파주, 연천에서도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김남훈 교수를 찾는다. 김남훈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질환이다. 환자들과 한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 함께 간다. 그래서 무엇보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중요하다”며 “환자가 불안하지 않게 질병의 이해를 돕고, 치료법을 납득시키고 공유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훈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질병 활성도를 직접 체크할 수 어플을 개발 중이다. 직장 문제로 보호자가 약을 대신 처방받는 경우가 많아, 의사는 어플을 통해 환자 상태를 평가해 약물을 더 정확히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남훈 교수는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 효과가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와 있고 개발되고 있다. 난치병이지만 관리만 잘한다면 일상생활을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를 믿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저도 환자들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홍보팀 송낙중 (학교법인 인제학원 경영기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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