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탐방]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 탐방] 국립중앙박물관

백병원이야기 2020. 12. 4. 10:34

[박물관 탐방]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박물관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09년 11월 1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만든 ‘대한민국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다. 순종은 제실박물관을 만들면서 박물관을 개방하여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여민해락(與民偕樂))’고 밝했고, 이를 계기로 일반 백성도 궁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유물 관람의 기회를 얻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인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이 문을 연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문화유산과 자연을 보존 관리하고 전시와 교육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배움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이는 순종 황제가 제실박물관으 개방하여 함께 즐거움을 나누자 하였던 뜻을 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100년 지난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전시 및 행사가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10월29일부터 11월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박물관 100년을 기념하는 전시인만큼 우리 박물관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600여개 박물관과 국외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까지, 그동안 교과서에서 자료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각종 귀중한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안견의 몽유도원도(일본 덴리대(天理大) 소장), 수월관음도보관(미국 뉴욕 메트리폴리탄미술관 소장), 은제도금연화형주전자(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미술관 소장) 등 평소 볼 수 없던 문화재들이 전시된다. 하나 아쉬운 것은 어렵고 들어온 문화재들이 너무 짧게 한시적으로 전시가 된다는 점이다.  

 



‘평일이라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완전 오산이었다. 지긋이 나이드신 어르신을 비롯하여 박물관 데이트를 즐기러 온 여인, 제법 진지한 눈으로 유물을 보고 있는 어린이 등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안견의 몽유도원도만을 보기위해서 따로 줄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몽유도원도의 인기는 대단했다.  

 



전시는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1부에서는 박물관 100년의 역사를 주요 유물을 통해 훑어 볼 수 있다. 제실박물관 최초의 구입품인 청자상감포도동자문등채주자,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 등 박물관사(史)와 관련된 주요 유물 120점이 선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박물관인 제실박물관, 우리 민족 문화를 지켜내고자 하였던 일제강점기의 박물관 활동과, 1945년 광복을 맞이하여 새롭게 연 국립박물관, 국립민족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문화재 보존 관리를 위해, 또는 외국에 있어서 접하기 어려웠던 우리 문화재를 볼 수 있다. 보존을 위해 오랜 동안 특수보관장에 보관되었던 국보 204호 천마도, 조선시대 회화 가운데에서 연도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작품인 안견의 몽유도원도, 고려시대 금속공예품의 뛰어난 조형미와 제작수법을 보여주는 은제도금주전자 등은 관람객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세종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박팽년과 함께 무릉도원을 노닐던 꿈을 화가인 안견에게 말하자, 안견이 단 3일만에 그려서 안평대군에게 바친 그림이다. 이에 안평대군이 직접 몽유도원도라는 제목과 함께 7언절구의 시를 쓰고 안평대군과 함께 어울리던 신숙주, 성삼문, 김종서 바팽년 등의 문사 20여명이 그림을 칭찬하는 글과 시를 지어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시와 글을 지은 이들이 모두 친필로 글을 적어 두어 예술적 가치 외에도 역사적인 가치도 상당한 작품이다.  

 


이밖에도 국외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불화, 의궤, 건칠불과 최근 출토되어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미륵사지와 왕흥사지 출토 사리장엄구 등이 전시되었다.  
또한 기획전시실 입구에는 국내 박물관의 각종 전시 도록들이 전시되고 있다. 

박물관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며, 문화를 가늠하는 척도라 했다. 100년전의 제실박물관은 이제는 600여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국 곳곳에 설립되어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배움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민해락’ 제실박물관을 일반인에게 개방해 함께 즐기고자 했던 순조의 뜻처럼 한국 박물관 100주는 기념전은 즐겁고 의미있는 전시회였다.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박물관에 찾아온 것이 마치 가볍게 영화 한편 보러 온 것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이 박물관이 딱딱한 유물전시장이 아니라 온 세대를 아울러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흐뭇했다.  
아쉬움 있다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국외에 있다는 사실. 우리의 문화재가 모두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을 꿈꾸어 본다.  

글,사진: 인제대학교 백병원 홍보팀 박창숙, 송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