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탐방]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 탐방] 북촌의 명물, 백인제 가옥

백병원이야기 2020. 12. 21. 10:04

[박물관 탐방] 북촌의 명물, 백인제 가옥

 

 

기와지붕의 단아하고 고풍스런 곡선이 아름다운 백인제 가옥은 종로구 가회동 93번지에 위치해 있다.

 

100년전 12채가 넘는 인근 가옥을 구입해 지어진 탓에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당당한 사랑채를 중심으로 넉넉한 안채와 넓은 정원,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별당채까지, 건축 규모나 역사적 가치 면에서 북촌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백인제 박사는 당시 국내 최고의 외과의사이자 백병원의 설립자로 그 의미가 남달라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하필 36도가 넘는 무더운 날에 방문한 탓에 고생은 했지만, 북촌 최고의 명물로 떠오른 백인제 가옥과 그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사이트(http://yeyak.seoul.go.kr)에서 사전예약하면 한복을 잘 차려입은 해설사가 1시간 가량 집안 곳곳을 안내하며 백인제 가옥과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중간중간 백인제 박사의 항일운동, 백병원과 관련된 의미있는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백인제 가옥은 100년 전인 1913년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건립한 이래 한성은행, 최선익 등을 거쳐 1944년 백인제 박사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1950년 백인제 박사가 납북된 이후 2009년까지 백인제 박사의 부인 최경진 여사가 거주하였으며, 건축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77년 서울특별시 민족문화재 제22호로 지정받았다. 2009년 11월 최경진 여사와 가족들이 서울시에 기증한 이후 일부 수리를 거쳐 역사가옥박물관(백인제 가옥)으로 탈바꿈하여 2015년 11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최근 하정우, 전지현 주연의 영화 <암살>의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으며, 평일 400명, 주말 800명이찾는 북촌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백인제 가옥은 근대 한옥 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일제 강점기의 한옥이다.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460㎡의 대지 위에 압록강 흑송(黑松)을 사용하여 지어졌으며, 한옥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근대적 변화를 수용하여 동시대의 전형적인 상류주택과 구별된다. 먼저,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한 다른 전통 한옥들과는 달리 두 공간이 복도로 연결되어 있어 문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일본식 복도와 다다미방을 두거나 붉은 벽돌과 유리창을 많은 사용했다. 또한 안채의 일부가 2층으로 건축되었는데 이는 조선시대 전통 한옥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백인제 가옥만의 특징이다.

 

 

 

백인제 가옥을 자세히 살펴보자. 사랑채는 네칸의 방과 대청이 있고, 앞마당 정원에는 나무들이 잘 가꿔져 있어 봄과 여름에는 꽃을, 가을에는 단풍을 볼 수 있는데, 집안에서 바라보는 마당정원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사랑채는 건립 당시부터 여러 소유자들의 사회적 활동의 배경이 되었는데, 백인제 박사 역시 흥사단원을 비롯하여 서재필, 이광수, 이용설 등을 초청해 마당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가족들이 주로 생활했던 안채는 안마당을 중심으로 서울의 넉넉한 근대 한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별채는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다과를 즐기며 창문으로 바라보는 북촌의 모습이라, 상상만으로도 삶의 여유와 잠깐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백인제 가옥 방문을 마치고 나와 안쪽 골목에 들어서면 바로 북촌나들이가 시작된다. 바로 앞에 북촌 박물관이 있고, 또 가옥 안쪽에 있는 정독도서관도 북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다. 무더위가 가신 9월, 백인제 가옥과 북촌 나들이로 도심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느껴보자.

 

글,사진: 백병원 홍보팀 박창숙, 송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