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탐방]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 탐방] 김치의 모든 것, 김치박물관

백병원이야기 2021. 2. 2. 09:50

[박물관 탐방] 김치의 모든 것, 김치박물관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다. 김치냉장고의 보급으로 과거처럼 동네주민들의 품앗이로 몇백포기씩 김치를 담지는 않지만, 김장은 겨울을 맞이하는 우리 식탁의 든든한 먹거리 준비였다. 하지만 올해는 과잉 생산된 배추, 무, 대파 값 폭락으로 덕분에 농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해서인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우리 모두 이번 김장철 김치 한포기 더 담는 사랑의 실천으로 농민의 시름을 덜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김치박물관을 다녀왔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지하2층에 위치하고 있는 김치박물관은 풀무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업박물관이다. ‘김치’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먹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축제 때 임시로 운영되는 김치박물관 외에 상설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겨우 여기 한곳뿐이라는 사실이 의외였다. ‘한국=김치’인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크고 더 좋은 위치에 많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치박물관은 150여평 정도의 작은 규모에 비해 미취학 아동, 외국인 방문객 등 연간 6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시대별로 전시되어있는 김치의 모형과 김치와 관련된 고서, 그리고 시대별 김치에 대한 설명이 있다. 

 

아래쪽에는 옛날 사람들이 김치를 저장해놓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치는 일정한 온도에서 저장되어야 적절한 발효가 이루어져 좋은 맛을 내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별, 지역별로 그에 알맞은 김치 저장법을 이용하여 맛있는 김치를 즐겨 먹었는데, 여름에는 우물이나 개울에 김치 항아리를 담가 저장하였고, 겨울에는 김칫독을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은 땅 속에 묻어 김치가 얼지 않고 오랫동안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저장하였다. 

 

 

우리나라 문헌에 나오는 채소절임식품은 한자로, 저(菹), 지(漬), 지염(漬鹽), 침채(沈菜) 등이다. 이들이 변화를 거쳐 현재 ‘김치’와 ‘지’로 불리게 된다.(침채(沈菜)> 팀채> 채> 짐채> 김채> 김치)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김치냉장고 브랜드 중 ‘딤채’는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짐작되었다. 

 

지역별로 다른 향토김치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나라는 남북의 기온차가 커서 지역마다 다 김치가 다른데, 평안도 백김치, 황해도 호박김치, 함경도 동치미, 강원도 더덕김치, 경기도 쌈김치, 충청도 가지김치, 전라도 고들빼기, 경상도 깻잎김치, 제주도 해물김치 등등이 있다. 김치는 연구학적으로 200여 종류가 있다는데, 김치는 그 양념이나 야채에 따라 다르니 아마도 그 종류는 무궁무진하리라. 

 

 

 

김치는 먹는 사람에 따라 이름이 다르기도 하다. ‘송송이’는 궁중에서 주로 먹는 깍두기로 그 크기가 매우 작다. 무를 삶아서 물렁하게 한 다음 양념한 ‘숙깍두기’는 잇몸이 약한 노인들이 주로 먹었다. 또 사찰에서는 열무김치를 먹으며, 제사상에는 나박김치가 올랐다.

 

이렇게 다양한 김치는 왜, 어디서 생겨났을까?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학계의 주장은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동안 채소를 원활히 섭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김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치는 선사시대부터 만들었다고 한다. 선사시대에는 그다지 김치 같지 않았지만, 삼국시대에는 배추를 소금에 절여 간을 장으로 맞추어 먹었고, 고려시대에는 오이, 부추, 미나리, 갓, 죽순 등 김치에 들어가는 채소류가 다양해졌다. 또한 물김치의 한 종류인 동치미류의 김치가 등장하였고, 단순한 소금절임 형태의 김치 무리에 파, 마늘 등의 향신료가 가미되는 양념형 김치도 등장하였다. 

 

 

조선시대 중기에는 우리나라에 고추가 유입되어 김치 양념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김치에 고추가 들어가고 다양한 젓갈이 쓰이면서 식물성과 동물성이 어우러진 맛과 영양의 조화를 이루어 김치 맛을 한층 더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선시대 말에 이르러 통배추가 재배되기 시작하여 무와 오이, 가지에 앞서서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김치박물관은 김치의 역사, 변천사, 종류를 비롯하여 김치의 효능, 우수성, 김치저장독 등을 김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시관이다. 뿐만 아니라 김치에 관련된 논문, 참고서적 및 각종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하고, 김치 및 한국전통음식문화와 관련한 책자 발행 등 끊임없는 학술활동을 통해 학생과 전문가들에게 ‘정보저장고 (Arcaive)’의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또 외국인과 언론을 통해 한국 김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김치문화의 채널’의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읽어주는 박물관’, ‘김치특공대 박물관 탐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 먹거리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김치 배움의 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의 삶에 너무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인지 그 존재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김치는 늘 밥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본 찬이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저장발효 식품이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 먹거리 ‘김치’의 모든 것이 있는 김치박물관으로의 가을 나늘이는 어떨까? 

 

글ㆍ사진: 박창숙, 송낙중(의료원 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