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탐방]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탐방] 서울교육사료관(정독도서관) / 북촌길

백병원이야기 2021. 4. 12. 09:25

[박물관탐방] 서울교육사료관 / 북촌길

 

추억을 찾아서…서울교육사료관 

 

 

하늘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높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들, 그리고 시원한 가을바람…. ‘가을을 왜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을까?’ 가을은 오곡이 여물면서 만물이 차분해지는 시기이다. 책을 읽는 학동이나 선비들은 알차게 맺은 곡식을 보면서 자신들의 가슴에도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싶었을 것이다. 

 

정독도서관 부설인 서울교육사료관은 삼국시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교육제도,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육기관, 교육활동 등에 관한 각종 도표, 사진, 유물 등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는 교육박물관이다. 현재 국어교과서 특별전인 ‘철수와 영이, 그리고 바둑이’전이 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국어교과서부터 현재까지 총 650점이 한자리에 전시되어 있어 우리나라 국어교과서의 변천사는 물론 옛 추억까지도 더듬어 볼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를 나와 언덕을 오르니 멀리서 눈에 익은 포스터가 보인다. 순간 왠지 모를 반가움이 밀려온다. 철수와 영이, 그리고 바둑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온 것만 같다. 교실에는 출석부도 있고 풍금도 있다. 공주그림이 그려있는 옛날 책가방과 실내주머니, 난로 위에 얹어놓은 정겨운 양은도시락도 보인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는 옛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가판대에 놓인 자잘한 장난감들이며, 얼음주머니가 들어있는 아이스케키통, 그리고 정겨운 이름의 왕자크레파스 등등 추억의 물건들이 가득가득이다. 교문 앞에는 오래된 자전거와 달콤한 솜사탕이 호주머니를 유혹(?)한다.  

 

대형 교과서 앞에서 잠깐 철수와 영이가 되어 보았다. 철수와 영이와 바둑이가 나오는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내가 이 교과서를 공부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이 교과서와 함께 공부했던 그해 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의 옛 기억에 기분좋은 웃음으로 정독도서관을 둘러보아도 좋다. 정독도서관은 1976년 경기고등학교가 강남교사로 이전한 후 이곳을 보수하여 1977년 1월에 시립도서관으로 개관하였다. 열람실도 있고 많은 책들이 있어서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정독도서관도 도서관이지만 그 앞의 넓은 정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그늘진 등나무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족들과 함께 짚으로 엮어진 원두막에 앉아 연꽃이 핀 작은 연못의 물레방아를 바라보며 여유와 휴식을 즐기며 소설책 읽는 여유로움을 즐기고 와도 좋을 것 같다. 

 

서울교육사료관과 정독도서관은 주변에 경복궁, 창경궁, 운현궁 등의 유적지가 많은 종로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어 여기저기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또한 경복궁 옆 삼청동에서 원서동에 이르는 북촌은 오래전부터 한옥보존지역으로 전통가옥과 현대가옥들이 묘한 조화가 눈을 즐겁게 하고, 길가의 상점들은 나름의 개성과 판매전략으로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항상 가까이 있어 특별함을 몰랐던 것일까. 정독도서관, 서울교육사료관, 북촌, 삼청동을 돌아보며 우리가 스쳐왔던 우리의 문화가 새삼 정겹게 느껴진다. 가족과 또는 연인과 정독도서관 돌담길을 거닐며 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추억의 길에서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글ㆍ사진: 박창숙, 송낙중(백중앙의료원 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