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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정보] 감기와 독감의 차이

백병원이야기 2009. 2. 26. 17:36

[대학병원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정보] 감기와 독감의 원인, 예방법, 치료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감염내과  문치숙 교수
☎051)890-6270

 

 

 

늘 막아보고 피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가을이 지나 겨울을 나기까지 감기를 멀리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과 같은 가을철과 겨울철의 환절기는 기온의 변화가 심하고 건조해지면서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이다. 그러나 감기는 연중 시기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급성 질병으로 학교나 직장을 쉬게 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는 감기라는 질환의 원인, 치료와 예방, 그리고 감기와는 별개의 질환인 독감에 대해서 정리하였다.


감기는 일종의 급성 상기도 감염질환으로 인두와 편도의 감염증이 주를 이루지만 코, 후두, 기관의 감염증 또한 포함될 수 있다. 상기도 부위에 감염이 발생하였을 때 환자는 보통  미열, 콧물, 몸살, 목안이 쓰리고 아픈 증상들을 호소하게 된다. 환자는 자신이 겪는 질환이 상기도 어느 부위의 감염증인지 감별할 수 없으므로 흔히 감기증세, 몸살, 독감 등으로 자신의 상태를 호소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염증이 생긴 부위에 따라 비부비동염, 인두염, 후두염, 기관염으로 구별하며 실제로는 2개 이상의 부위에 염증이 동시에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편의상 상부 호흡기 감염증, 상기도염 등으로 진단하게 된다.

 

 

 

1) 감기의 원인과 전파 경로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감기의 1/3-1/4에서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감기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 군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감기유발 바이러스들은 대부분 다양한 항원형을 가지므로 면역이 생기기 어렵다. 따라서 감기는 매우 흔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성인에서 주된 원인은 리노바이러스로 전체 원인균의 30-40%를 차지한다. 그 외에 코로나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중요한 원인이다. 소아감기는 성인과는 달리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나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흔하다.
 

감기의 발생빈도는 나이에 따라 다르나 주로 6세 이하의 소아에서 흔히 발생하며 성인의 경우에는 감기에 걸린 소아와 접촉한 후 걸리기 쉽다. 특히 리노바이러스는 가정환경이 전파의 주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기후에서는 주로 겨울철에 감기가 유행하지만 원인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유행 시기는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환자가 기침, 재채기를 하면서 튕기는 미세한 침방울(비말)에 의해 전파되지만 실제로는 환자의 분비물(침, 콧물 등)에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타인과의 손 접촉을 통하여 전파되는 경우가 흔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하루 내지는 3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난 후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미열이 있기도 하지만 성인에서는 드물고 흔히 몸살로 표현하는 전신증상 역시 심각하지 않다. 가장 흔한 리노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는 대개 1주일 내에 호전되지만 1/4 정도에서 약 2주까지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소아감기 역시 댑부분 가벼운 증상이지만 성인과는 달리 바이러스성 폐렴, 후두기관지염, 세기관지염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 감기의 진단과 치료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병원의 신체검사만으로 감기의 원인균까지 정확히 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기에 걸린 개개인 별로 원인균을 정확히 알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나 원인별로 증상의 차이가 거의 없어 구별하기가 어렵다. 가장 흔한 원인인 바이러스는 검사가 쉽지 않으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보통 저절로 좋아지므로 병원에서는 병원체를 확인하기 보다는 대증적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려는 노력을 우선하게 된다.
 

바이러스가 코, 인두, 후두 부위에 염증을 일으킨 다음에 세균감염이 2차적 합병증으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전체 상기도 감염의 5-10%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보통 세균성 비부비동염, 세균성 후두염, 후두기관지염 등으로 나타난다.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나 그 외의 일반적인 감기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로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 흔히 알려진 해열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점막소염제, 진해제, 거담제 등을 대증 요법으로 적절히 사용한다.
 대증요법을 위한 약물로 감기 초기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은 코막힘이나 콧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항히스타민제이다. 그러나 권태감과 졸음이 수반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코 안에 뿌리는 분무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기침, 재채기가 심하면 진해제를 사용하게 된다. 상당수의 진해제에 들어있는 에페드린은 심계항진과 불면증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열이나 몸살과 같은 전신증상에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등의 해열진통제를 사용하며 가래가 끓는 경우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심하면 거담제를 쓰기도 한다. 


흔히 감기 초기에 간편하다는 이유로 "종합 감기약"을 많이 사먹는데 이런 약제는 항히스타민제, 해열제, 진통소염제 등 각 증상들에 따른 약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이다. 약의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종합감기약으로 자신에게 필요 없는 약들을 모두 복용하는 것보다는 환자 개개인에게 나타나는 주 증상에 따라 적당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또한 감기 치료를 위해 주사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있으나 주사라고 해도 결국 먹는 약(대증요법)과 같은 성분이며 감기유발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이 아니므로 빠른 치료를 위해 주사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주사부위감염 등의 부작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주사 맞은 후 증상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주사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믿음 또는 심리적인 효과, 함께 복용한 약에 의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3) 감기의 예방법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고 바이러스 별로 다양한 항원형이 존재하므로 감기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 개발은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길을 막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감기 환자와의 접촉 기회를 줄이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바이러스가 자신의 손을 통해 코나 눈의 점막으로 옳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늘 손을 깨끗이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휴지, 손수건으로 막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외출에서 돌아오면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는 등 개인위생에 주의해야 하며 평소 규칙적인 식사, 운동으로 기본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다.

 

 

 

4) 독감 또는 인플루엔자: 감기가 아닌 다른 질환이다!

 

독감(毒感) 또는 인플루엔자라는 질환은 한자로 풀이된 이름 때문에 “독한 감기” 또는 “감기로 중한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 쯤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코, 인두, 편도 등의 급성 감염증인 감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독감(인플루엔자)은 A형 또는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일년 내내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감기와는 달리 매년 겨울철마다 지역 사회에 유행을 일으키면서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국지적인 유행은 매 1~3년마다 있고, 전 세계적인 대유행은 매 10~15년마다 발생하고 있다. 유행 시기에는 약 4주 만에 유행지역 전 인구의 10-40%가 감염될 정도로 단시간 내에 퍼지는 위력이 있으며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사망자를 만든 질환이다.
 

전형적인 독감(인플루엔자)은 고열(38-40℃), 다리와 허리의 심한 근육통, 오한 등의 전신증상이 갑자기 나타나서 2-3일간 지속되다가 마른기침, 목이 아픈 증상 등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서 사라지게 된다. 평소 건강한 사람에서는 수일간 앓다가 회복되는 “독한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으나 노약자나 심장이나 폐질환, 당뇨, 신부전 등의 만성질환자에서는 중증 바이러스폐렴 , 세균성 폐렴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게 된다. 소아에서는 열 경련으로 시작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뇌부종, 정신 혼미 등의 라이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감(인플루엔자)의 유행은 갑자기 시작되어 2~3주에 절정에 달하고 2~3개월가량 지속되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유행이 있게 되면 열을 동반한 호흡기 증상을 가진 소아환자가 가장 먼저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그 다음에 성인 환자가 늘어나며 마지막으로 노년층에서 폐렴 및 만성호흡기질환의 악화 등으로 사망률이 증가한다. 유행 시기 동안 독감(인플루엔자)의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 임상적인 진단을 할 수 있다. 원인병원체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바이러스가 주위 사람에게 전파되며 환자와의 손 접촉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독감(인플루엔자) 치료를 위해 다양한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쓰이고 있으나 내성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보통 증상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난 후 병원에 오므로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예방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예방효과를 보이므로 “독감예방접종”을 받아도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쉽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므로 예방접종을 받아도 약 2/3 정도에서만 예방효과가 있고, 나머지는 독감(인플루엔자)에 걸릴 수 있는데, 이 경우 예방접종을 미리 받은 사람들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므로 도움이 된다. 누구나 맞을 수 예방접종이기는 하나 너무 많이 맞으면 백신이 부족하여 반드시 맞아야 하는 위험집단이 접종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독감(인플루엔자)에 걸렸을 때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는 65세 이상의 노인, 만성 호흡기 및 심장질환자, 당뇨병, 신부전, 간경변 환자, 독감이 유행 시기에 임신 2기나 3기인 산모는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고 이 사람들에게 독감을 옮길 수 있는 환자가족이나 의료인들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보통 독감(인플루엔자)은 11월부터 3월 사이에 발생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12월과 1월에 가장 많다. 예방접종 후 항체가 생성되는데 2주가 걸리기 때문에 접종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은 10월 후반부터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고 늦어도 11월까지는 맞도록 한다. 또한 감기 예방과 마찬가지로 독감(인플루엔자) 유행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는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하는 것이 좋고 외출 후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글: 부산백병원 감염내과 문치숙 교수

사진: 송낙중 (의료원 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