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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정보] 휴대폰에 묻혀있지 않은가요?

백병원이야기 2009. 3. 2. 09:41

[대학병원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정보] 휴대폰에 묻혀있지 않은가요?

글: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신경정신과 공보금 교수, 사진: 홍보실 송낙중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것들에 묻혀 산다. 그것들로 인해 삶의 중요한 부분들이 조금씩 먹혀가는 데도 알지 못하고 지낸다.

중독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면 이미 중독의 주인공에 의해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린 이후가 된다. 술, 도박, 인터넷, 게임... 조금씩 몸과 마음을 먹어들어 가는 것들이다. 술에 관대했던 우리 사회는 지금은 차츰 알콜 중독의 심각성과 이것이 질병이라는 인식을 해가고 있다. 인터넷과 게임의 경우도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어린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 심각성을 겨우 알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걸어 다니면서도 사람들을 혼자서 말을 해대게 만드는 것이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인사말을 하기 보다는 조그만 기계에다 손가락을 열심히 갖다대며 사람들에게 가있어야 할 시선이 자그만 자판과 화면에 콰악 잡혀 있다. 그 주인공은 휴대폰.
  

당신의 휴대폰이 지금 자신의 곁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가있다면 마음이 어떨까?

오늘 하루 휴대폰을 놔두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면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들까? 가끔은 이 조금만 놈이 내 곁을 떠나 단 며칠이라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기를 바랐던 적은 없는가?

조그만 화면창에 번개같은 속도로 글자를 집어넣고는 보낸 글자들을 받아본 누군가가 다시 자신에게 전해올 화면창 속의 문자들을 기다리며 초조감을 느껴본 적은 없는가? 중독은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와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미 국내에서 3500만의 인구가 이동통신에 가입이 되어있다고 한다. 성인들만이 아니라 어린 청소년들도 거의 90%에서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어 수업 중에 선생님이 아닌 휴대폰에 집중된 아이들이 드물지 않다. 모 방송사 뉴스에서는  3명 가운데 1명은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고 10명 가운데 1명은 휴대폰 중독 현상을 보인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의 휴대폰은 단순한 통화, 문자보내기가 아닌 인터넷, 게임 등의 많은 컨텐츠를 품고 있어 더욱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장점만을 본다면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소위 정보화 시대를 살면서 발을 맞춰야 하는 점에서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도구를 잘 활용하느냐, 도구에 매어 버리느냐 하는 아주 미묘한 경계선이 너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관심이 조금만 멀리 가있으면 휴대폰의 세계에 빠른 시간에 빠져버린다. 얼마 전 까지는 인터넷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서서히 휴대폰 속에 들어있는 인터넷과 문자들과 소리들로 아이들의 정신이 병을 앓고 있다.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이 휴대폰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반대로 휴대폰이 당신을 움직이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의학적으로 중독, 즉 의존이 되었다면 내성과 금단현상을 보이게 된다. 당신은 처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휴대폰에 묶여 있지는 않은가? 휴대폰 문자를 하루에 몇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을 보내야 편안한 것은 아닌가? 휴대폰에 대고 뭔가 말을 해대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아닌가?  휴대폰이 없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초조해지지 않은가? 휴대폰 때문에 (곁에 있어서, 반대로 없어서) 일에 지장을 받아본 적은 없는가? 다른 일을 하면서도 휴대폰 벨소리에, 진동에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닌가?

   
당신이 만약 “예...”라는 대답을 많이 하게 된다면 하루 속히 휴대폰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필요가 있다. 그 소리와 문자로부터 벗어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휴대폰을 움직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