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人]정년인터뷰

[병원人, 정년을 맞다] 일산백병원 정형외과 서정국 교수

백병원이야기 2022. 2. 17. 11:49

[병원人, 정년을 맞다] 일산백병원 정형외과 서정국 교수 

31년간 '외래환자 1만명 · 수술환자 3천여명' 치유 

 

일산백병원에서 ‘정년(停年)’을 맞은 분들은 병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증인’이며, 백병원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고마운 은인’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했던가. 수십 년간 백병원에서 일했던 ‘한분한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이것이 진짜 백병원의 역사가 아닐까.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형외과 서정국 교수가 ‘정년’을 맞았다. 2022년 2월 말을 끝으로 일산백병원을 떠난다. 서정국 교수는 31년간 백병원에서 환자를 돌봤다. 1987년 서울백병원 전공의를 거쳐, 1991년 서울백병원 교수로 부임했다. 30년 간 서울백병원에서 진료를 해오다 2021년 4월에 일산백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31년간 서정국 교수는 수많은 환자를 돌봤다. 외래환자 1만 명, 허리 수술 환자 3천 여명 가량 서정국 교수가 치유했다. 서정국 교수는 백병원 역사와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서정국 교수의 마지막 진료현장에서 그간의 병원 이야기와 퇴임 소회를 들어봤다.

 


Q. 정년퇴임을 앞둔 지금의 소회가 어떠신가요?

 

막상 제가 정년퇴직을 한다는 사실이 아직 와 닺지 않습니다. “아직 젊은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나이가 되었나? 세상 참 빠르구나.”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Q. 의사란 직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특히, 정형외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오래전 작고하신 모친께서 서울여자의과전문대학(우석의대 전신, 현재 고대의대)에 다니시다, 중도에 피치 못할 개인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하셨습니다. 그 후 의사가 되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이 저를 의과대학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하신 것 같습니다.

 

정형외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제가 의과대학 실습이나 인턴 시절 경험 했던 정형외과는 모든 다양한 외상 치료를 하는 역동적인 분야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활동적이고 의욕이 있는 의사라면 누구나 도전해 보고 싶은 ‘과’이며 저에게 그 기회가 주어 졌던 것이고 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Q.  백병원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1987년 초, 군의관을 마칠 무렵 전공의 지원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서울백병원 정형외과에 자리가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초일류 병원이었던 서울백병원에서 가장 인기 높은 ‘과’ 중 하나인 정형외과 전공의에 지원해 합격하게 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Q. 백병원에서 얼마나 일하셨나요? 일산백병원에 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1987년 서울백병원 전공의로 정형외과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1991년 서울백병원 교원이 되고 그 이후 약 30여 년 간을 근무하다, 2021년 4월부터 일산백병원으로 옮겨 이제 정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제가 처음 근무를 시작했던 당시, 서울백병원의 위상과 활약은 너무도 빛났으며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작은 본관 하나로 600명가량의 입원 환자와 매일 40~50개의 수술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전성시대’를 누리며,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을 증축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 후 도심 외곽 지역의 대형 병원들이 들어서고, 도심 공동화 현상도 심해져 병원 규모가 축소되면서 일산백병원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작년 4월에 이곳 일산백병원에 부임하였으며, 제가 낯선 환경과 분위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많은 배려와 도움을 주신 이성순 원장님 이하 교직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정형외과 가족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Q. 그동안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하면서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정형외과 분야 중 척추를 전공하였습니다. 특히 척추 수술은 환자에게 꼭 필요하며, 수술 후 결과가 확실히 좋아진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시행해야 합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얻은 후 해야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의사 자신이 수술 후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실적이나 경험을 위해 환자를 실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치료에 자신 없다면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이, 치료를 잘하는 병원이나 의사에게 환자를 소개하는 것을 망설이면 안 됩니다. 무리한 치료가 환자뿐 아니고 의사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나쁜 결과와 어두운 미래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Q. 백병원에 처음 부임했을 때와 지금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제가 백병원에서 근무했던 기간 동안, 세상이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니 모든 검사와, 처방, 진료기록지들을 실제 종이에 기입하여 풀로 붙여 보관하였습니다. 초음파, CT, MRI 등이 도입되기 전이라 모두 방사선 사진에 의존하고 필름으로 현상하여 판독 및 보관을 하였습니다. 논문 작성도 일일이 원고지에 만년필로 작성하며 사진을 오려 붙이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최신 첨단 장비 및 설비, 전산화 등은 공상 소설에나 나올 법한 먼 미래의 이야기였습니다. 

 

 

Q. 일하면서 가장 보람되거나, 반대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의사는 항상 환자를 치료해야 되는데, 환자를 절대로 하나의 인격체를 갖고 있는 인간으로 마치 가족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해야 됩니다.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쓸데없는 객기 또는 실적 올리는 대상으로 접근하면 그 의사의 의료인으로 서의 존재 가치는 없어질 것입니다.

 

Q. 인생 후반전이 이제 시작됩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노령인구의 증가 및 국민 건강 향상 때문인지, 저 자신도 아직은 쉬기에는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백병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로서 아픈 환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여건을 찾아보겠습니다.

 

[사진] 이성순 일산백병원 원장이 2022년 2월 8일 병원 연석회의에서 서정국 교수에게 인제대 총장 공로패와 이성순 원장 공로패, 황금열쇠를 전달했다.  

 

 

Q. 일산백병원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씀은?

 

세월이 지나다 보니 1987년부터 현재까지 제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내왔던 백병원입니다. 저를 받아주고 키워주고, 오늘날까지 보살펴 준 백병원에 감사드립니다.

일산백병원 및 다른 모든 인제학원과 가족분들의 발전과 영광이 있기를 항상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 일산백병원 홍보실 송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