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人, 정년을 맞다] 일산백병원 영상의학과 방사선사 윤종일 차장
윤종일 선생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산백병원 영상의학과 윤종일 차장이 ‘정년’을 맞았다. 올해 8월 말을 끝으로 백병원을 떠난다. 윤종일 차장은 35년간 백병원에서 일했다. 서울백병원에 입사해 1999년 일산백병원 개원 때 병원을 옮겼다. 그는 일산백병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증인’이며, 백병원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고마운 은인’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했던가.
그는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쳤지만, 수십 년간 백병원에서 일했던 ‘한분한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이것이 진짜 백병원의 역사가 아닐까.
마지막 출근을 앞둔 윤종일 차장에게 그간의 병원 이야기와 퇴임 소회를 들어봤다.
Q. 정년퇴임을 앞둔 지금의 소회가 어떠신가요?
먼저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뒷바라지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이성순 원장님을 비롯한 제2의 가족과도 같은 일산백병원 식구들의 격려와 배려, 도움 덕분에 무사히 업무를 마치고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대 제대 후 한 달 만에 서울백병원에 입사해 35년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진료지원부서의 일원으로서 나름대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그렇듯, 지나온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마음 한구석으로 허전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주마등처럼 예전의 기억들과 장면들을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언제 어떻게 입사를 하셨나요? 병원의 영상의학 방사선사란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지금처럼 취업 정보 사이트가 없던 시절 우연한 계기로 백병원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1986년 3월 20일 군 복무 마치고 학교 동문 회장님께 우연히 인사차 갔다가 서울백병원 인력 채용 정보를 듣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고교 졸업 후 원래 희망이 외국어 어문계열에 진학하고자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나름 진로에 대한 고민 중 집에 있던 의료관련 백과사전을 가끔 봤던 기억으로 ‘의료 방사선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 이 직업을 선택한 계기입니다.
Q. 백병원에서 얼마나 일하셨나요? 일산백병원에 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1986년 서울백병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정확하게 35년 3개월 일했으니, 참 오래됐네요.(웃음) 일산백병원은 1999년 개원 멤버로 지원해 발탁되었습니다. 환경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좀 더 규모가 크고 현대식 병원에서 근무를 희망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입사하고 지금까지 어떤 업무들을 하셨나요?
영상의학의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업무와 경험을 했습니다. 일반촬영부터, CT실, MRI실, 중재적 시술실, 수술실 씨암(C-arm), 심장혈관촬영실, 핵의학실, 투시실, 검진센터 등 지금 기억해 보니 참 여러 곳에서 일을 했네요.(웃음)
일산백병원에서는 핵의학 영상검사, 방사선 안전관리 업무와 영상의학과 부서장(14.3.1~19.2.28) 업무를 수행 했습니다.
Q. 병원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신조나 신념이 있나요?
병원 업무 특성상, 몸이 불편한 분들을 접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특히, 영상의학과 업무는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부서로,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환자 접점 부서입니다. 늘 먼저 환자 측면에 생각해보고 가능한 검사 전에 충분한 설명을 해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친절하고 밝은 미소, 편안함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왔습니다.
Q. 일산백병원에 처음 왔을 때 상황은 어떠했나요?
1999년도 서울백병원에서 전임 부서장을 포함해 5명, 부산백병원 1명, 상계백병원에서 1명, 총 7명이 일산백병원 개원 선발대로 구성됐습니다. 1999년 10월 20일경 출근했을 때는 아직 건물 시설 건축도 완공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영상의학과는 겨우 기본 구획 형태만 갖추고 있었습니다. 의료 장비 반입도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선발대는 매일 목재 합판을 시멘트 바닥 위에 놓고 준비한 전기장판을 깔고 숙식을 해결했었습니다.
잊지 못할 기억은 제가 근무할 곳인 지하 4층 핵의학실을 둘러보러 가던 중 임시로 설치한 백열전구가 합선되어 ‘뻥뻥’ 소리와 함께 주위가 암흑으로 변해 병원을 탈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짓다 만 건물 공사장처럼 임시로 계단 철제 난간에 전선을 연결해 듬성듬성 전구를 설치해 놓았는데, 위층에서 샌 물에 합선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일산백병원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시기가 지나 영상의학과는 최신 의료기기를 속속 도입하는 한편, 국내 최초의 영상저장 및 전송시스템(Full Pacs)구축과 운영을 시도하면서 국내 굴지의 병원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여러 번의 연수교육, 운영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영상의학과에 견학 온 사례가 많았습니다.
[사진] 이성순 일산백병원 원장이 2021년 8월 3일 병원 전체 연석회의에서, 정년을 기념해 윤종일 차장에게 감사패와 황금열쇠를 전달했다.
Q. 일산백병원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발전되었다고 느끼시나요?
개원 초를 돌이켜 보면 전 직원들이 개원 창립 멤버의 자긍심과 능동적인 의욕과 열정으로 빠른 시간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원장님과 중간 관리자를 중심으로 전 직원이 똘똘 뭉쳐 환자 편의성 제공과 진료의 질을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일산 지역의 의료중심의 메카로서 백병원 명성에 걸맞은 고양시 최고의 대학병원으로 손색없는 정상궤도에 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현재 추진 중인 2차 병원 증축 공사로 좀 더 좋은 병원 환경과 환자 중심의 편의성 제공과 함께 의료질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더 좋은 병원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Q. 일하면서 가장 보람되거나,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대의로서는 일산백병원 개원 멤버로서 현재의 일산백병원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 할 수 있었던 기회를 주어진 것에 대한 보람이 큽니다.
업무적인 측면에서 보면, 핵의학센터의 방사선 안전관리업무가 기억에 남습니다. 핵의학센터는 매년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현장 정기검사가 실시됩니다. 1999년 본원 개원 초 핵의학 시설검사 합격을 시작으로 2001년 정기검사부터 현재까지 방사선 안전관리 실적 우수기관으로 선정, 인센티브가 주어져 격년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수기관이 아니면,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또 영상의학과 부서장 재임 시 2014년 12월, 2주기 의료기관 인증평가와 2018년 12월, 3주기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나름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주말에도 출근해 준비하던 기억, 그래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일들이 보람 있었습니다. 그 밖에 부서장 재임 중 우리 부서의 구성원들이 원내 QI 경진대회 대상과 감염관리실 주관 감염 콘테스트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때,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점도 보람됐던 업무와 비슷하네요. 일산백병원에 개원 멤버로 차출되어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핵의학센터 총괄 책임자로 일했을 때 참 힘들었습니다. 업무 개시를 위한 준비과정부터, 2008년 양전자 단층촬영장비 도입, 2012년 갑상선암 요오드 치료병실 설치 과정들과 시행 전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생겼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도 좀 힘들었습니다. 또 2014년 전임 영상의학과 실장님 정년 퇴임으로 인한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영상의학과 부서장을 맡았을 때 심적인 부담이 컸지만, 주위에 많은 동료 선·후배 도움으로 큰 무리 없이 부서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Q. 일산백병원을 떠나면서, 인생선배·직장선배로서 후배들이나 백병원 가족들에게 남기실 말씀은?
진료지원부서의 영상의학과 방사선사로서 가장 기본은 환자에게 친절의 서비스와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구성원이 되는 것이 직장생활의 초석이라고 생각하며. 남을 배려해 주고 모든 업무에 솔선수범하고 책임을 다하는 근무자세가 본인은 물론 조직의 발전을 도모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항상 접하는 환경이 병원이고 주변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건강이라는 진리를 같이 인식하고 공유하며, 모두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Q. 인생 후반전이 이제 시작됩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세계적인 코로나 펜더믹으로 퇴직 후, 해외여행을 계획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일단 좀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까 합니다. 기회가 되고, 힘이 닫는다면 평소 개인적인 좌우명인 성실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그간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해,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정리),사진: 일산백병원 홍보실 송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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