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人, 정년을 맞다] 일산백병원 영상의학과 차순주 교수
- 32년간 ‘복부초음파 검사 6만명 · 펫시티(PET-CT)는 1만건 · 감마촬영 판독 2만건’ 시행
- PACS 도입 주역, 세계 최초 ‘필름 없는 병원’을 만들다!
일산백병원에서 ‘정년(停年)’을 맞은 분들은 병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증인’이며, 백병원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주역' 중 한 분이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했던가. 수십 년간 백병원에서 일했던 ‘한분한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이것이 진짜 백병원의 역사가 아닐까. 정년을 맞은 일산백병원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담는 이유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영상의학과 차순주 교수가 ‘정년’을 맞았다. 차순주 교수의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인 백병원. 1990년 3월 상계백병원 영상의학과 전임강사로 임용돼 1999년 일산백병원 개원멤버로 합류했다.
차순주 교수는 32년간 수많은 환자의 검사와 영상을 판독했다. 복부초음파 검사만 6만 명가량 시행했다. 펫 시티(PET-CT)는 1만 건, 감마촬영 판독은 2만 건이 넘는다.
무엇보다 차순주 교수는 일산백병원에 세계 최초로 ‘필름 없는 병원’을 만든 주역이다. 일산백병원 설립 당시, 차순주 교수가 주도해 수많은 회의와 연구 끝에 성공적으로 PACS(의료영상 전달 및 저장 시스템)를 도입했다.
차순주 교수는 일산백병원 역사와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차순주 교수에게 그간의 병원 이야기와 퇴임 소회를 들어봤다.
Q. 정년퇴임을 앞둔 지금의 소회가 어떠신가요?
아쉬움과 안도의 마음이 교차합니다. 의사와 교수로서 좀 더 열심히 노력해 학문적 성과를 이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동안 ‘내가 의사와 교수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왔나’란 질문들도 내 자신에게 던져보곤 합니다.
한편으로는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을 별 탈 없이 마감할 수 있게 되어 안도감이 듭니다.
Q. 의사란 직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뚜렷한 계기가 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어렸을 적 막연하게 아픈 사람을 돕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장래 희망을 의사로 정한 게 중학교쯤 된 것 같네요.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사진찍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한때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으로 할까 잠시 고민 한 적도 있을 정도로 사진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본과 3학년 진단방사선과(현재 영상의학과)에서 실습할 때 목적만 다를 뿐 엑스선도 하나의 사진으로 보여, 무척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생치고는 병의 위치(병소)를 찾는데 남다른 소질을 보여, 당시 교수님께서 영상의학과를 꼭 하라고 권하게 되어 마음을 굳혔습니다.
1980년대 진단방사선과는 메이저 과에 비해 전공의들에게 인기가 적었습니다. 이제 막 CT와 초음파검사 기기가 도입될 정도로 진단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지만, 당시도 발전 속도는 타과에 비해 빠른 편이었습니다.
Q. 교수님의 약력과 경력 등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82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습니다. 1986년 고려대학교 혜화병원, 지금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진단방사선과 전공의를 수료하고 전문의를 취득하였습니다.
1994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받고, 1996년에는 미국 애틀란타 에모리대학 교환교수로 1년간 유학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의학영상정보학회 회장을 맡은 경험도 있습니다.
Q. 백병원에서 언제부터 일하셨나요? 일산백병원에 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1990년 3월 상계백병원 영상의학과 전임강사로 임용되면서, 백병원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입사 계기는 모교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된 당시 서울백병원 과장님이신 한창렬 교수님의 추천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일산백병원과 인연을 맺은 건 1999년 12월 일산백병원이 개원하면서, 초창기 멤버로 합류했습니다.
저는 평소 컴퓨터 관련된 디지털 영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PACS(의료영상 전달 및 저장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일산백병원 PACS 설치에 개원 전부터 계획과 도입에 관여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일산백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일산백병원 영상의학과 과장,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인제대학교 의료영상연구소 소장을 맡아 일했습니다.
Q. 교수님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전문분야가 무엇인가요?
임용 후 복부영상학을 전공으로 했습니다. 당시는 인터벤션(Interventioan)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간색전 등과 같은 인터벤션도 겸했습니다.
2010년 일산백병원에 PET-CT 장비가 들어오면서, 동위원소 특수면허가 있는 제가 핵의학실로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당시 핵의학과 의사를 모시기 어려워, 한시적으로 맡았는데 12년이 흘러 지난 3월에야 다시 영상의학과 복부전공으로 되돌아오게 되었습니다.
※ 인터벤션 영상의학이란 혈관 안에 얇은 카테터(의료용 도관)를 넣어 영상 장비로 확인하면서 치료하는 시술을 말한다.
Q. 그동안 얼마나 많은 판독을 해오셨나요?
많은 일을 한 부분이 복부 초음파 검사입니다. 해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습니다. 평균 주 2회 하루 20건 정도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1년에 2천 건으로 계산하면, 30년이니 6만 건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복부 CT와 일반촬영, 위장촬영과 핵의학 검사판독이 있는데, 정확한 산출이 쉽지 않습니다. 지난 12년 판독했던 PET CT는 1만 건이 넘을 것 같고, 다른 감마촬영 판독은 2만 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Q. 판독해오면서 자신만의 신조나 신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입사 후 세운 목표가 “이삭 줍는 농부의 마음으로 일하자”였습니다. 모이면 소중한 낱알을 흘려 버리지 않는 것처럼, 중요치 않은 판독 소견도 항상 예의 주시하자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어 좀 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환자보다는 의사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게 되는데, 서비스 소비자인 진료의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간단명료하게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상의사가 필요한 시간에 맞춘 간략한 판독이 완성도 높은 늦은 판독보다 더 유용하다고 보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회신을 제공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Q. 일하면서 가장 보람되거나,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일산백병원 설립계획이 확정되면서 그동안 연구해왔던 PACS(의료영상 전달 및 저장 시스템)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PACS 도입계획이 확정되고, 계발업체와 수많은 회의와 연구를 하며, 세계 최초의 필름 없는 영상의학과를 가진 병원으로 개원하게 된 점이 가장 생각나고 보람이 있었습니다.
Q. 인생 후반전이 이제 시작됩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우리 과 인력난 때문에 계속 근무를 해야 할 듯합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 생각하고 있고, 대신 시간을 좀 더 내서 그동안 잘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인 사진 활동을 좀 더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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