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백병원 명의

[명의를 만나다] 비만 치료의 1세대, 부산백병원 이가영 교수

백병원이야기 2021. 5. 10. 09:21

[명의를 만나다]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교수

 

비만 치료의 1세대, 이가영 교수 

 

 

 

이가영 교수는 1990년대 ‘비만클리닉’을 개설했다. 비만을 질병으로 잘 인식하지 못하던 때다. 미국 보스턴병원에서 ‘비만관리 프로그램’ 연수 경험을 살려 시작했다. 선도적인 시도였다. 이가영 교수가 일찍이 비만 치료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만병의 근원이 ‘비만’이라 생각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비만이 당뇨병과 고혈압은 물론 관절염, 불임, 각종 암, 수면무호흡 등 거의 모든 질병에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제시됐다. 이제는 체중관리가 미용 목적이 아닌 질병 예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가영 교수는 20년간 수많은 비만 환자를 진료하면서, 원칙을 세웠다. 비만치료의 최종 목적은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되찾는 것. 이가영 교수는 “비만 치료는 체중을 줄여 동반된 질병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건강을 잃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비만 치료는 나이, 환경, 생활습관, 직업, 동반된 질병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다이어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의료봉사활동, 일차 의료 중요성 절감 ‘가정의학과’ 지원

학문적 목마름, 하버드大 진학 ‘90여편 SCI 연구성과’로 이어져

 

이가영 교수는 1988년 서울의대를 졸업했다. 학창시절, 의료취약지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며 진로의 방향을 정했다. 이후 지역 의원 실습 때, 일차 의료의 중요성을 깨닫고 큰 고민없이 ‘가정의학과’로 진로를 정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995년 부산백병원에 부임해 26년간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해 오고 있다. 이가영 교수는 진료뿐만 아니라 보건학에도 관심이 많다. 

 

부산대에서 의학 석·박사를 받았지만, 공부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하버드 보건대학원에 진학했다. 역학과 영양 역학, 사회보건학, 보건통계학, 보건철학 등을 공부했다. 이런 경험이 연구성과로도 이어졌다. 비만 연구, 대사증후군, 심혈관 위험 분석, 질병과 인구사회학적 특성 연구 등 90편의 SCI논문을 발표했다. 이가영 교수는 연구뿐만 아니라, 병원 발전에도 기여했다. 부산백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과 QI실장, 기획실장, 연구부원장 등 차례로 맡으며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높이고, 연구 활성화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나의 주치의’ 

“수시로 찾아가 조언 구해야 질병 예방과 조기진단 가능” 

  

부산백병원은 이른바 3차 병원이다. 진료의뢰서 없이 진료를 받기 어렵다. 가정의학과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한다. 1차 의료로 해결이 힘든 환자 문제는 타 진료과와 협진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진단도 돕는다. 만성질환이나 비만, 금연과 같이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한 환자들도 돌본다. ‘나의 주치의’인 셈이다.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가 건강상담을 할 수 있는 ‘단골의사’가 될 수 있다. 

 

‘단골의사’에 나의 건강 기록이 쌓일수록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단골의사’의 인식은 미비하다. 26년간 수많은 환자와 건강 상담을 진행한 이가영 교수는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들을 자주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고 설명했다. 

 

이가영 교수는 “가정의학과에서는 환자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얼마나 움직이고, 하는 일이 무엇이고, 음주와 흡연 습관이 어떤지, 어떤 약과 보충제를 먹고 있고 수면 습관이 어떤지, 스트레스가 무엇이고 등등 환자를 더 잘 알기 위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질병에 영향을 줄 요인이 있다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함께 의논하는 등 많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진단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약이 무효, “비만 치료, 생활습관 변화가 전제돼야”

부산백병원, 나에게 맞는 비만치료 프로그램 운영

 

비만은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 만병의 근원이다. 암과 뇌·심혈관질환은 물론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불임 등 발병 위험을 높인다.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이면 25 이하인 사람들에 비해 사망위험이 18%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신체 문제뿐만 아니다. 정신 문제도 가세해 자존감은 떨어뜨리고, 우울감은 높인다. 이렇게 쓰이는 사회적 비용도 11조가 넘는다. 

 

문제는 비만이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살 빼는 건 쉽지 않다. 더 먹고, 덜 움직이는 습관, 기름지고 짠 음식이 현대인의 삶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다이어트’는 무엇일까? 이가영 교수는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생활습관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교수는 “비만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이나 고도 비만 환자에게 적용되는 대사수술도 환자의 생활습관 변화를 전제로 한다. 생활습관 변화를 위해서는 체중관리 동기가 명확해야 하고, 진지하게 비만이 내 삶에 미치는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내 스스로 마음먹지 않으면 의학에 도움을 받아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가영 교수는 또 지속 가능하고,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가영 교수는 “노인은 근육 소실을 줄이기 위해 식사를 줄이기보다 단백질 섭취와 근력 강화 운동이 더 필요하다. 기저질환이 있으면 그 질병에 해가 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서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자신감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부산백병원 비만클리닉에서는 환자를 먼저 알고 환자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체중관리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 교수, ‘존중’과 ‘위로’ 담은 진료 추구 

좋은 의사 ‘이타성·책무성·수월성·인본주의’ 덕목 갖춰야

 

이가영 교수는 ‘존중’과 ‘위로’를 담은 진료가 되도록 노력 중이다. 이가영 교수는 “짧은 시간의 진료지만 환자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공유하고, 환자가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고, 때로는 위로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제가 추구하는 진료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가영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원격시스템 장점을 살려 진료와 연구뿐만 아니라, 수업과 학회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가영 교수는 “제 바람은 수월해진 학회 접근성을 잘 활용해서 제 지식을 확장하고, 이것을 진료와 연구에 적용하고 싶고, 끌리는 연구를 틈나는 대로 하고, 의사를 목전에 둔 4학년 학생인턴 실습교육에 성의를 더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가영 교수는 좋은 의사의 덕목으로 4가지를 꼽았다. 이가영 교수는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고(이타성), 전문가로서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책무성), 평생학습으로 전문성을 유지해야 하고(수월성), 사람에 대한 공감과 연민 (인본주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보팀 송낙중 (학교법인 인제학원 경영기획국)